[블루] 샤인, 그리고 데이빗 헬프갓

난 어렸을때부터 클래식을 좋아했다. 아마도, 부모님이 비디오 대여점에 빌려온 영화 '샤인'을 본 이후로부터 클래식을 좋아하게 된것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영화 속 데이빗이 미치기 직전, 마지막으로 연주하는 장면이 눈에 선하게 떠오를 정도이니...어렸던 나에게는 분명 자극적이고 놀라운 영화였 던것이다. 나를 피아노에 대한 갈망으로 불타오르게 했던 영화 '샤인'은 데이빗 헬프갓이란 한 천재 피아니스트에 관한 일생을 담아 놓은 작품으로 아카데미 상을 수상하기도했으며,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또는 배워왔던 많은 사람들이 즐겨 입에올리는 영화이다. 즉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영화란 말이다.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성공하고 유명해진 이유는 아마 이 이야기가 실존인물의 삶을 조명했다는 사실에 있지 않나 싶다. 영화에서 물흐르듯이 흐르는 불운한 한 천재의 일생은 관중을 매료시킨다, 마치 오늘날 베토벤의 이름이 지니는 위력과도 같이.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 데이빗 헬프갓은 정말 샤인에서 나온것처럼 미쳐버린 천재 피아니스트일까? 대부분의 논픽션이라 소개되어있는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샤인 또한 많은 부분 관중의 관심과 흥미를 돋구기위해 픽션이라는 인공 조미료가 뿌려져있다. 픽션, 즉 조미료들의 맛에 길들여진 관중들의 습성을 잘 아는 샤인의 영화감독은 관중들을 새로운 자연의 맛에 길들이기보다는 특수 인공 조미료를 써가며 그들을 끌어모은 것이다. 관중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맛보고있는것은 인공 조미료에 절은 음식이라는 모르는 채, 다만 그것이 천연 조미료라는 말에 흡족해하며, 영화에 더욱더 큰 갈채박수를 보낸다. . 그렇다면 과연 이 논픽션이란 이름의 픽션속에 감춰진 데이빗 헬프갓의 인생은 어떤 실체를 하고있을까? 

 

밤하늘의 별처럼 인생을 화려하게 포장하기 위해서 감독에게 가장 필요했던것은 암울한 배경이었고, 그 필요에 부응하여 뿌려진 조미료가 바로 데이빗의 아버지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데이빗의 아버지는 엄격하고 냉혹하며 보수적인 유태인으로, 데이빗의 초기 음악적성장에 많은 기여를 하지만, 데이빗의 음악공부보다는 가족을 더욱 중시함으로써, 마침내 데이빗의 장래를 망가뜨리려 하는 위인으로 표현된다. 또한, 데이빗이 정신질환을 겪게되는 궁극적 원인들 중 하나로 보여지기도한다. 돈을벌기위해 베토벤의 재능을 악용했다는 술주정뱅이 아버지보단 준수한편이지만, 영화 초반부분에서 표현된 데이빗의 아버지는 악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있다.

 

그렇다면 이런 악의 가면속에 숨겨진 진짜 데이빗아버지의 모습은 어떠하였을까? 데이빗의 누나인 마가렛은 영화 '샤인'에서 표현된 자신의 아버지 모습은 실재 모습이 아니라 주장하며, 영화가 표현한 아버지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피터(데이빗의 아버지)는 영화에서처럼 데이빗을 막무가내로 때린적도 없고 데이빗이 뉴욕으로 처음 공부를 하겠다고 말했을때 거부했던것은 사실이었으나, 14살인 아들에게 가족을 떠나보내는것에 대해 'No' 라고 대답하는건 부모의 입장에 선 사람이면 대부분 이해할 수 있을것이라 말했다 (Denis Dutton, 1997, Beethoven on Prozac). 결국, 영화'샤인'에서 묘사된 아버지의 모습은, 단지 베토벤과 같이 열악한 가족환경에서 자라난 천재피아니스트라는 느낌을 안겨주기 위해 영화감독이 만들어낸 픽션이었다는 말이다.

 

 

 

실제 데이빗 헬프갓과 그의 아버지 피터의 사진. (출처: http://www.davidhelfgott.com/ 데이빗헬프갓 공식홈페이지)

 

 

"Art holds a mirror up to nature, but the artist is unlikely to make a true copy when creative choices are negotiated with the subjects being portrayed. Hicks and screenwriter Jan Sardi have gone beyond a sympathetic portrait of David Helfgott to give us heart-wrenching, deeply moving, but profoundly misleading pathos." -Alan A. Stone

"거울 속 예술이 진실만을 비출지라도, 예술가의 창조는 더이상 진실을 비출 수 없다... 편집자, Jan Sardi와 Hicks는 데이빗 헬프갓의 인생을 가슴아프고 감동 넘치게 보여주었지만, 결코 진실을 대변하지는 않았다. "

by 겨울고양이 | 2007/10/26 10:43 | ▶´″˚■ 영화와 평론┃映畵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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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You彬 at 2008/04/16 15:26
저도 이 영화 참.. 아니, 뭐 O.S.T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좋아하지만, 뭐랄까 과장과 왜곡이 심한 영화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었어요. 솔직히 조금만 관심있는 사람들이면 그 영화 보면서 이건 좀 아닌데 싶은 장면 많았을 듯.
+) 그래도 '왕벌의 비행'을 식당(인지 선술집인지)에서 연주하는 장면은 정말 좋았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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